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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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백년도 일년도 한철도 한달도 없다
하늘시계엔 그런 바늘이 없다.
그저 눈뜨고 눈감는 하루를 살아라
오직 눈감고 눈뜨는 개벽을 살아라
오, 늘 내게 와 있는 오늘
오, 늘 내가 숨 쉬는 목숨
오, 늘 지나가면 없는 오늘이 있다
오, 늘 기다려도 없을 오늘이 있다
캄캄한 영원에서 온 오늘
아득한 미래에서 온 오늘
내게는 오직 오늘이 있다
내게 단하루 안긴 날이 있다
누군가가 내게 준
아무 말 없이 그냥 준
참으로 놀라운 하루가 있다
영원에서 길어온 오늘이 있다.
어둠에서 빛까지 깊이 스미는
빛에서 어둠까지 무슨 영문인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말숨이 있다.
나즉히 부르는 음성이 있다.
새벽이 있고 한낮이 있고 어둠이 있다
먼동이 트고 햇살이 쬐고 빛이 꺼진다
하루 공부로 하늘을 보라
하루살이로 하늘을 보라
하루마다 늘 하늘을 보라
하늘보며 늘 하루를 살라
영원도 무한도 하루로 시작된 것
하루가 끝나면 영원도 무한도 하루살이다.
오늘 받은 하루를 살 수 있을 뿐
하루를 쓸 수 있는 사형수일 뿐
하루를 품에 안은 가난한 자일 뿐
하루를 숨쉬는 꽃송이일 뿐
우리의 눈길에 우리의 콧속에
우리의 가슴에 우리의 발밑에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하루를 사랑하라
하루를 같이 사는 모든 것들을
눈물겹게 사랑하라 아낌없이 포옹하라
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없다
하루가 지나면 내일도 없다
영원의 심연으로 하루를 던지는 셈
가만가만 숨을 쉬며 하루를 다 쉬어라
하루이면 3만번을 숨쉬고
일년이면 천만번을 숨쉬고
평생이면 9억번을 숨쉬나니
한 숨을 평생으로 살고
하루를 영원으로 살아라
오늘 쉬는 숨이 영원의 마지막 숨이니
숨쉬는 순간마다 맥박 뛰는 순간마다
틈틈이 하루하루 그때그때를 살아라
오~ 늘 내게 와 있는 오늘
오~ 늘 내가 숨 쉬는 목숨
오~ 늘 지나가면 없는 오늘
오~ 늘 기다려도 없을 오늘
하루 공부로 하늘을 본다
하루살이로 하늘을 본다
하루살이가 하루 공부다
하늘보며 오 하고 ~ 늘 "하루"를 산다.